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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선배, 어떻게 하면 큐레이터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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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4-25 조회수 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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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어떻게 하면 큐레이터가 될 수 있어요?

오성희 (충무갤러리 큐레이터)

전시기획자라는 꿈을 안고 일을 한지도 올해로 10년째에 접어든다. 한 가지 일을 10년 정도 하면 적당히 도(道)가 틀 법도 한데, 매번 새롭고 할수록 어려운 일이란 걸 느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나 역시 문화예술의 관조자 즉 향유계층에서 기획자로 입장이 바뀌면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도 이번 주 전시 오픈을 앞두고 야근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것을 보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하고자 하는 잔꾀가 통하지 않는 직업이란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충무갤러리 기획전시 PoP & PoPULAR-현대 대중문화의 우상들 포스터
충무갤러리 기획전시 PoP & PoPULAR-현대 대중문화의 우상들


가끔 소위 큐레이터라는 직함을 갖고자하는 적극적인 후배들의 질문을 받는다. "선배, 어떻게 하면 큐레이터가 될 수 있어요?" "100호 정도 들 수 있는 팔 다리의 힘만 있다면 되지" 라는 내 대답에 대다수는 당황한다. 큐레이터라는 부푼 꿈을 안고 뭔가 체계적이고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루 형언 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럼, 큐레이터가 뭐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뭐... 미술계 전번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전시기획하고, 그러기 위해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하고..." 라고 내 질문에 후배들은 대답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전시기획의 제반 조건은 직접 뛰면서 생각해야하는 '현실'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조건은 '인적인프라'를 넓혀나기는 것이다. 즉 각 미술장르별 작가, 평론가, 기획자, 기자 등 미술계 전반을 아우르는 두터운 인간관계가 우선시 된다. 때에 따라선 편집디자이너에서 현수막 제작업체까지 전시하나를 만들기 위한 인적 구성원과 다양한 친분을 쌓아나가야 한다. 소위 그들은 나를 몰라도 나는 그들에 대해 알아야만 유사시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두 번째 '적극성'이다.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친다. 기획아이디어를 갖고 회의를 하고 작가를 만나고 나면 계약, 인쇄물 디자인, 광고, 홍보와 함께 디스플레이의 묘를 발휘할 시간이 기다린다. 이 모든 과정에는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전시라는 적극성과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세 번째는 '독창성'이다.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른 차원에서 상황을 읽어 나가는 창의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전시기획자는 "전시"를 매개로 관람객과 예술가 사이에 위치한다. 특히 최근의 현대미술 경향이 관람객과의 적극적인 "관계(interactive)"를 요구하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미술문화가 양산되고 있다. 즉 탈장르화 된 현대미술은 고급예술의 아우라를 벗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적극적으로 읽어내고 이를 전시기획에 반영하는 일은 기획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관람객들은 현대미술하면 모노크롬회화, 알 수 없는 이미지들, 미술이란 영역 안에 편입되기 어려운 재료들을 떠 올리며 특정계층의 향유물 정도로 생각한다. 이는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하는 현대미술가들의 태도와는 정반대된다. 그렇다면 소위 "순수미술"이란 영역은 아무리 "소통"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도 대중성을 띤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사실 그렇다. 어쩌면 그 태생 자체가 소수만이 공감대가 형성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자는 시대를 읽어내는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앞서 나열한 조건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전시기획자도 사회구성원 중에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즉 사람들과의 '관계지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필자약력: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현재는 (재)중구문화재단 충무갤러리 큐레이터로 재직하고 있으며, 추계예대 판화과에 출강중이다. 그간 "인물 그 내면적 사유", "꿈ㆍ끼ㆍ깡ㆍ꼴ㆍ끈", "오ㆍ감ㆍ도", "재료미학-만찬", "Stitch"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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