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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사례: 관객계발과 티켓 마케팅] 티켓할인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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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8-05-19 조회수 3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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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할인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자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안 성 아 교수 가격할인이 난무한 공연계 작년 동아일보 기사(2007.4.25)에는 ‘공연 티켓에 제 돈을 내면 바보’라는 헤드라인이 떴다. 당시 몇몇 공연들에서 화요일은 여성들 할인, 수요일은 대학생 할인, 목요일은 직장인 할인, 금요일은 커플 할인, 근로자의 날 직장인 할인, 어린이날 어린이 할인, 어버이날 부모님 날 할인, 스승의 날 교사 할인 등등 가격할인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직장인이 재직증명서를 떼어가거나 교직에 있음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와서 직장인이나 교사라고 말만 하면 그냥 깎아주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연중무휴 할인행사에 제돈 내고 관람한 순진한 관객만 억울함을 곱씹는다. 재수가 없다고 불평하면서 말이다. 가격차별화의 원칙 가격차별화(price discrimination) 전략이 장기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다른 세분시장 관객들이 다른 가격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 달라야 한다. 둘째, 이 세분시장은 분리되어야 하고, 넘나듦이 자유롭지 않아야 한다. 셋째, 소비자가 차별된 가격에 혼란이나 불만을 느껴서는 안 된다. 특히 비싼 가격을 지불한 관객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린 아이와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지하철을 공짜로 탄다고 해서 이를 항의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사회 저소득계층이 할인된 가격에 공공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합의한다는 뜻일 것이다. 공연시장에서 어린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할인제도가 오랫동안 정착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유럽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할인제도를 적용하기도 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홀(Elizabeth Hall)에서는 공연당일 도착한 노인들을 선착순으로 무료로 입장시키고 있다. 또한 소비량이 많은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할인제도에 대해 소비량이 적은 관객들이 불평하고 갑자기 소비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기예약회원제도(subscription system)라는 명칭으로 회원들에게 연중 상연될 공연상품들을 묶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제도가 있다. 패키지 상품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헤비유저(heavy user)의 구매를 촉진시키면서도 극장 입장에서는 마케팅비를 절감하고 미리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최고 35%까지 할인을 받는 LG아트센터의 '시즌패키지'가 대표적이다. 2007년 LG아트센터 관객 중 약 20%가 이 상품을 이용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크레디아에서도 2007년 백건우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 8차례를 패키지로 판매하여 전체 티켓의 약 40%를 사전에 판매할 수 있었다. 시기에 따른 가격할인도 적절하다. 사전에 예매한다는 것은 자신의 스케줄이 변화할 경우 수수료를 지불할 위험을 감수한다는 의미이므로 그 위험에 대한 할인 폭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티켓이 남아있는지 여부도 모르면서 공연장에 와서 시간을 죽이며 무작정 기다리는 관객을 위한 할인제도도 있다. 국립극장의 ‘쟁이석’이 그 것이다. 공연 당일 오후까지 가서 기다리면 빈 좌석이 있을 경우 큰 폭의 할인을 받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아무나 쟁이석의 할인을 받고자 불확실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격보다 중요한 가치 누구를 만나 밥을 먹으면 밥값보다 커피값이 비싼 일이 흔해졌다. 이러한 현실이 한동안 낯설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 일도 아니다. 좋은 날씨에 커피빈(Coffee Bean) 테라스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커피가 내게 주는 휴식은 기꺼이 6천원의 커피값을 치루고도 남음이 있다. 공연계는 가격을 낮추기보다 관객에게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더하려는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정동극장에서는 점심시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모포를 나눠주며 음악회를 감상하게 한 ‘낮잠상품’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극장의 위치상 주변 사무실에 직장인들이 많았고 피곤한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의 짧은 휴식은 1만 5천원의 가치를 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예술의 전당의 ‘해설이 있는 11시 음악회’가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주부들이 아이들과 남편을 학교와 일터로 보낸 후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고 싶은 잠재적 욕구를 끌어내는데 성공한 공연이었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2년 반 만에 64,000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성남아트센타’에서는 음악회 후 티타임도 곁들이고 있다. 최근 11시 음악회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가격은 1만 5천원~2만원 정도이다. 이 가격으로 주말 저녁에 음악회를 열었다면 주부나 직장인들이 얼마나 왔을까? 원칙없는 가격할인은 관객들로 하여금 티켓가격을 불신하고 소비를 지연하게 하는 악순환적 구조를 불러올 뿐이다. 공연계는 가격정책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관객들이 기꺼이 값을 치룰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인지, 그리고 관객들에게 이에 대해 잘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지에 대해 가격할인 이전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동아일보, “거품 낀 티켓 가격... 제돈 내면 바보?” 2007. 4. 25. 이유재, "서비스 마케팅" 제3판. 학현사. 2004. 조선일보, "패키지 티켓, 왜 좋을까?" 2008. 1. 12. 한국경제, "11시 콘서트가 뜬다." 2007.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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